귀촌이야기

무작정 떠난다..잘 있어라 아파트야.

빡치눙 2022. 4. 16. 01:03

아직 겨울은 아닌데, 날이 쌀쌀해졌다. 

10년정도 산 아파트에서 모든 짐이 빠져나가도, 텅빈 공간이 오히려 좁게 느껴졌다.

"짐이 나가면 넓어보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은 집이었네"

"그러게... 여기서 저 많은 짐을 쌓아놓고 어떻게 살았을까"

 

10년을 산 집이었지만, 어디하나 더럽지 않았다. 워낙 깨끗하게 써서, 벽지도 바래지 않고, 장판도 괜찮았다. 

새 집주인은 리모델링한지 6년이 넘은 화장실을 보고, 올해 리모델링 한 줄 알았나보다...   

"요새 이런스타일로 고치는 집이 어딨대...."

 

텅빈 집을 보며 지난 10년을 떠올렸다. 

두 살부터 이 집에서 자란 내 딸은 이 작은 아파트가 인생의 모든 공간이었을텐데...

떠나가는 그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결혼하고 낡은 다가구에서 전세살던 우리가 이 집을 무리하게 구매하고 이사 몇주 전부터 주말마다 아이를 업고 와서 청소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감히 꿈도 못꾸던 그런 집이었다. 

 

아파트 곳곳 눈으로 쓰다듬고, 정든 이웃과도 작별..

옆집 아주머니는 울음을 참으면 떠나는 집사람에게 작은 봉투 하나 쥐어주셨다. 

10만원이 든 봉투를 받고 집사람도 울컥한다.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 모두 가슴에 담고, 우리 세 식구 이제 떠난다.

 

새로운 세상으로....